아웃도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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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동옷 갈아입은 설악속으로

    설악산 단풍 산행자고로 사람은 1년을 두고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산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을 보아야 그 산의 진정한 멋을 알 수 있다. 이 완벽한 가을날, 광활한 설악산을 제대로 알고자 산의 등줄기 위에 섰다.대피소 대신 무박산행오늘의 산행은 한계령휴게소에서 시작해서 백담사로 하산하는 20km의 여정이다. 설악산은 고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코스가 길어 당일산행은 힘든 산이다. 코로나19 전에는 대피소를 이용해 1박2일로 여유롭게 설악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었으나 요즘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대피소를 운영하지 않는다. 덕분에(?)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는 무박산행을 해야지만 우리가 원하는 코스에 다녀올 수 있었다.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해 등산로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화들짝 놀라고, 단풍철을 맞아 멀리서부터 찾아온 등산객에 또 한 번 놀랐다. 미어캣처럼 줄줄이 서서 오픈을 기다리다가 대피소 문이 열리자 마라톤 시작점처럼 우루루 산행이 시작됐다. 인파에 몰려 줄을 서서 올라가는데 마음 급한 사람들은 좁은 길을 툭툭 치며 추월하기 시작했다. 산행은 시합이 아니다. 자신의 속도로 체력을 조절하며 꾸준히 걷는 나와의 약속이고 만족이다.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만의 속도로 길을 나섰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오른 지 한참, 내가 단풍구경을 온 건지, 사람들 엉덩이 구경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리던 참에 한계령삼거리에 닿았다.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배낭을 내려놓고 앉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휴식할 때는 헤드램프 밝기를 줄이거나 꺼두는 것이 센스. 헤드램프를 끄자 숨어 있던 밝은 달이 머리 위로 두둥 떠올라 주변을 밝혀준다. 하늘은 어찌나 맑고 별은 또 어찌나 빼곡한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몰려오는 피로와 새까만 인파로 ‘나는 왜 이 고생을 사서하나’ 속으로 질문 하고 또 질문했는데, 잠시 가진 휴식 속에 해답이 있었다. 그래, 이 맛에 산행을 한다.설악산에서 맞이한 일출 꿀맛 같은 휴식도 잠시, 갈 길도 먼데다 찬바람에 땀이 식자 한기가 몰려왔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는 사이 흙길, 바위길, 계단을 올라 드디어 서북능선에 올랐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주변이 어두웠다. 광활한 풍광 대신 하늘의 빼곡한 별과 달빛이 내린 몽환적인 능선들. 눈을 감고 햇살이 내려앉은 웅장한 산세를 그려본다.능선을 타니 무겁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다. 별빛 아래 능선을 걷다보니 어느새 저 멀리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를 알리는 여명이 밝아온다. 가장 몽롱하고 나른하며 한기가 몰려오는 시간이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여명으로 깨어난 산은 알록달록 털모자를 쓴 암봉의 웅장한 자태를 선물했다. 이제 뜨거운 일출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더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해가 뜨자 맑은 날씨 덕분에 저 멀리 속초 앞바다까지 보였다. 일출로 노랗게 물든 바다, 능선 굽이굽이 옅게 깔린 운해가 장단을 맞추고 알록달록하게 물든 나뭇잎이 청량한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춤춘다. 자연의 모든 것들이 합심하여 이 가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었다.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명소상쾌한 아침이 되어서야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북적이는 대피소 벤치를 피해 바닥에 자리를 잡고 행동식과 귤, 따뜻한 차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식단이야 조금 부실하다지만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진수성찬이다.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자 완벽하게 날이 밝았다. 기온은 이제 새벽의 쌀쌀함 대신 포근함으로 변했다. 가을, 겨울 산행에는 들머리와 정상, 새벽과 정오의 기온차가 크기 때문에 체온조절을 할 수 있는 보온의류를 꼭 챙기고 기온에 따라 옷을 레이어드하는 것이 중요하다.이제부터 길고 긴 내리막의 연속이다. 내리막이 시작될수록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원래 하산하기로 한 코스는 소공원이었으나 중청대피소를 오르며 멀리 붉게 물든 봉정암에 시선을 빼앗겨 코스를 변경했다. 머릿속으로 봄에 보았던 봉정암에 그림 그리듯 가을 색을 칠해본다. 기대감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지루한 내리막을 걷고 걸어 드디어 봉정암. 계속되는 내리막에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봉정암을 감싼 나무들이 빨갛고 노랗게 잘도 익었다. 알고 있는 모든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명소를 감상했다. 다람쥐도 어찌나 많은지, 사람들 지나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와 잣을 양손으로 잡고 야무지게 돌려가며 입속에 저장한다.봉정암부터는 시리게 맑은 물과 붉은 단풍이 내내 이어졌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태풍으로 유실된 등산로와 쓰러진 나무들이 곳곳에 보였다. 예쁜 단풍을 보고 신나기만 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동식물의 터전이자 사람들의 힐링의 장소가 빨리 복구가 되기를 바라본다.산행은 항상 즐거움과 감동만을 주지는 않는다. 즐거움을 주는 구간이 있다면 지루하고 지치게 만드는 구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힘든 오르막 끝에는 보답처럼 내어주는 감동이 있다.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2021-03-14

  • 굴업도 백패킹

    가을맞이 섬 여행기뜨겁던 여름과 바이러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하루 보내는 요즘, 어느새 새벽녘엔 쌀쌀한 날씨 때문에 이불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조용히 살금살금 오고 있던 가을을 급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마중하러 배낭을 꾸렸다. 우리가 이번에 가을을 맞이할 곳은 인천 앞바다의 조그마한 섬 굴업도다.가을의 굴업도를 아시나요굴업도는 섬의 형태가 사람이 엎드려 일하는 것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센 조류와 파도, 바람이 빚어낸 독특한 해안지형과 넓게 펼쳐진 광활한 초원의 경치가 멋질 뿐만 아니라 트레킹 난이도가 쉬워 입문하는 백패커들에게 성지로 불린다.섬 여행의 시작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이른 아침 동인천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여객터미널로 이동한다. 동인천행 급행열차와 택시를 이용 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으니 일행들과 함께 이용하면 좋다.설렘을 안고 배에 올랐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상쾌한 공기가 함께하니 “아 가을이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굴업도에 닿으려면 배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로 가서 다시 굴업도행 배로 갈아 타야 한다. 먼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기상에 따라 배가 결항하는 경우가 많아 서 날씨 운이 나쁜 사람에게는 도도하기 그지없는 섬이다.비밀의 숲화창한 날씨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굴업도에 발을 내디뎠다. 갈매기 떼와 짭조름하고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아줬다. 선착장에는 섬 안에서 운영하는 민박집 트럭들이 손님들을 실어 나르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말만 예쁘게 하면 숙박 하거나 식사를 하지 않아도 개머리언덕 근처까지 실어다 준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섬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걸어가기로 했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숲으로 진입했다. 조금 짙은 색의 듬성듬성한 잎사귀를 가진 나무들이 마치 한라산의 어느 비밀의 숲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다. 숲과 해변을 걸어 이내 개머리언덕에 진입하자 키가 작은 수크령들이 낭만을 더해준다.사그락사그락 수크령들을 헤치고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언덕과 시원한 바람이 맞닿는 곳에 선다. 또다시 나지막이 입술을 비집고 기어이 나오고야 마는 한마디 “아 가을이야!”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졌지만 그 자체로 몸을 맡기고 아름다운 경치 구석구석을 눈과 마음에 담는다. 잠시 멍하니 경치에 취해있을 때 볼 위로 차가운 물방울이 톡톡 튀긴다. 아까부터 나올까 말까 망설이던 먹구름이 이내 비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갑작스러운 비에 발걸음을 재촉했다.우중 백패킹오늘 우리의 야영지는 바다와 넓은 언덕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곳, 개머리언덕이다.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타프를 설치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 덕분에 오늘 일몰은 다음으로 미룬다. 또 찾아올 명분이 생긴 셈이다. 노을은 실패했지만 타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그 어떤 아름다운 선율보다 낭만적인 밤을 선물했다.잠시 잠이 스르륵 들었다가 텐트를 흔드는 비바람에 잠에서 깼다. 만나서 반갑다는 것인지 요란하게도 텐트를 흔들어대며 환영을 해주는 통에 몇 번 꿈과 현실을 오갔지만 무사히 아침이 밝았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수많은 바람을 만났기에 이 정도는 무덤덤해졌다.백패킹을 떠나기 전에는 일기예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날씨가 아주 좋지 않을 때나 갑작스러운 악천후를 만났을 때 과감하게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바람이 심할 경우에는 경치를 볼 요량으로 개활지보다는 바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신중하게 팩다운 하는 것이 좋다. ‘나는 내일 아침에 무사히 눈을 뜰 것이고, 바람이 나를 날릴 정도로 나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되뇌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도 좋다.요란하던 비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비 오는 날 젖은 텐트를 철수하는 것이 꿈만 같았지만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닝커피였다. 좁은 전실에서 간단히 물을 데워 커피를 내려 마셨다. 내가 마시는 이것이 커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어떤 여유로운 아침보다 향기롭고 맛있었다.꽃사슴을 보다날씨의 영향도 있지만 자유롭게 서식한다던 꽃사슴을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혹시나 우리가 와서 숨었나 싶어 마음이 불편해서 서둘러 철수하고 머문 자리 말끔히 정리한 후 다시 한번 경치를 눈에 담고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언덕을 조금 올라갔을까? 샥샥샥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숲 안쪽에 꽃사슴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정말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 몸을 움직였더니 동그란 눈망울이 더 동그래진다. 조금 미안해져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반대편에서 내려다보는 초원도 장관이었다. 하룻밤 사이 수크령들이 쭉쭉쭉 기지개를 핀 모양이다. 어제보다 더 쑤~욱 자라 있는 한 건 기분 탓이었을까? 굴업도를 찾는다면 꼭 긴바지를 입고 올 것을 추천한다. 수크령들 사이로 벌레들이 많아 맨다리를 드러내면 아몬드가 붙은 과자처럼 다리가 벌레에 물리거나 풀에 긁힐 수 있다.초원과 바다의 아름다운 조화를 눈에 담으며 짧은 걸음은 끝났다. 한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훌쩍 자란 수크령과 꽃사슴을 만나러 다시 한번 찾고 싶다. 항상 고민하지만, 다시 찾을 때 꽃사슴들과 자연을 방해하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많이 고민해보아야겠다.

    2021-03-14

  •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 종주 산행

    마이기어의 산행 이야기우리나라 북쪽에는 척추처럼 한반도를 세로 지르는 설악산이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 19로 모두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때 설악산으로 향했다.그녀들의 백팩엔 무엇이?오늘의 코스는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연이은 암봉들이 공룡의 등처럼 생긴 코스로 용아장성능선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암릉이다. 산행에 앞서 무박 종주 산행을 앞둔 여성의 산행 배낭을 함께 엿보자. 20~30L 크기의 배낭에 야간 산행을 위한 헤드랜턴, 물통, 햇볕을 가려줄 모자, 선글라스, 벌레의 습격을 막아줄 방충 헤드넷, 로프, 가벼운 장갑을 넣었다. 하산에 균형과 하중을 분산 시켜 줄 등산 스틱, 땀과 바람으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비상용 경량 다운과 바람막이 재킷, 여벌의 티셔츠와 양말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행동식, 얼린 수박 주스, 쓰레기봉투를 준비하자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배낭이 꾸려졌다.야무지게 꾸린 짐과 함께 깜깜한 밤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 오색분소에 도착했다. 이번엔 코로나 19로 대중교통 운행 횟수가 줄어 산악회 버스를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산행 들머리까지 갈 수 있어 편리했다. 산악회 버스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 산행 코스를 검색 하거나 안내 산악회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이른 새벽이지만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어 설악산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힘들고 지칠 때만 찾게 될까? 새벽 3시, 굳게 닫혔던 국립공원의 문이 열리고 산행이 시작됐다. 오색 코스는 초입부터 고도가 높지만 다른 코스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대청봉에 닿게 해준다. 그만큼 초반부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행 초보자들은 굳은 각오와 체력 단련 후에 설악산을 방문하길 바란다.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깜깜한 산길을 걸었다. 가쁜 숨, 심장 박동, 풀벌레와 계곡 소리 뿐 어떤 나쁜 것도 여기엔 없다. 오르막이 심해질수록 땀이 뿜어져 나왔다. 해가 뜨지 않은 밤, 강원도 최고봉이지만 역시 여름은 무시할 수 없다. 땀이 나고 체온이 오르자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마치 찜통 속에서 포슬포슬 쪄지는 찐빵이 된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소한 것에 한바탕 웃으며 가쁜 숨을 날려버리고 다시 집중해서 산행을 이어간다.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이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해가 뜰 거라는 증거다. 산에서는 이 시간이 가장 기대되면서 음산하다. 달리기 출발선에 서서 방아쇠가 당겨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때부터는 아주 몽롱한 상태로 정상까지 가게 된다. 취한 듯 꿈을 꾸듯 두리둥실 한 발걸음으로 여명과 함께 설악산의 최고봉 대청봉에 닿았다. 안타깝지만 오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찬란한 일출을 볼 수 없었다. 대청봉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내려갔다. 오늘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기에 잠시 들러 배를 채웠다. 아침을 먹으려 잠시 쉬는데 새벽 내 흘린 땀과 제법 거센 바람에 한기가 돌았다. 여름 산행이라도 장시간 밤을 새워서 산행을 하면 체온 보호를 위한 경량다운 재킷과 바람막이가 필요하다.설악산 공룡 등을 타고 춤추러 가자!아침을 든든히 먹고 걸음을 재촉한다.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눈앞에 펼쳐진 암릉과 장쾌한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반짝이는 태양, 상쾌하게 스치는 맑은 바람 덕분에 코로나 19로 움츠렸던 마음 구석구석과 몸 마디마디의 독소가 쏙 빠지는 기분이다.시원한 내리막을 쭉쭉 내려 금세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이제 시작될 험난한 산행을 위해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야 한다. 등산화를 벗어 발의 피로를 풀고 젖은 등도 시원하게 말린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에너지를 위해 행동식도 먹는다.공룡능선 들머리부터 급경사의 암릉이 나타난다. 볼더링을 하듯 바위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밟을 곳과 잡을 곳을 탐색한다. 그러면 아찔한 바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다. 급경사 바위를 오르니 눈앞에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감탄하면서 도 자꾸 눈으로 얼마나 더 가야할 지 마지막 봉우리를 찾게 된다.공룡능선은 정말로 앙칼진 공룡의 등처럼 보였다. 하늘 끝에 닿을 듯 깎아 지르는 경사를 오르면 또 약을 올리듯 다시 아래로 시작되는 급경사. 이보다 더 심한 밀당의 고수가 있을까. 한참을 오르내리다 1275봉에 살짝 삐져나온 그늘에서 따가운 햇볕을 피하며 점심을 먹었다. 땀을 슬쩍 닦고 시원하게 녹은 수박주스 한 모금을 들이켰다. 이것이 바로 산행의 맛이다.그럼 다시 또 다른 산행의 맛을 보러 가보자. ‘끝났다’고 생각하면 착각하지 말라는 듯 어김없이 급경사가 나타나고 ‘이제 하산인가?’ 생각하면 쭉 내려갔다가 또 오르막이다. 산행하며 머릿속으로 공룡 그림을 그린다. 옛날 지명이나 명칭은 누가 지어냈을까? 참 신기하고 센스 만점이다.공룡능선 코스의 하산은 마등령삼거리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몇 번의 오르막내리막을 겪으며 계속해서 마등령삼거리를 찾았던 것 같다. 여긴가? 저긴가? 그러나 마등령삼거리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약이 살짝 올라 속도를 높이던 그때, 드디어 마등령삼거리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처럼 반갑던 마등령삼거리,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난 거니!하산도 힘들어자, 이제부터 시원한 계곡을 향해 출발! 길고 급하게 이어지는 하산 길은 아찔했다. 장시간 이어지는 하산 길에는 번거롭더라도 발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등산화 끈을 다시 조여주고 스틱의 길이를 충분히 연장해 균형과 하중을 분산해야 한다. 산행은 시합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주의해서 안전하고 무사히 마쳐야 한다. 몹시 지루하게 이어지던 하산 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와글와글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다. 와글와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우리는 비선대에 도착했다. “야호!!!!!” 아주아주 어렵고 많은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함께한 일행과 하이파이브로 산행 종료 알리고 계곡에 더운 몸을 식히며 자축한다. 이게 바로 천국일까?역시 사람은 고생해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함과 고생을 감수하며 백패킹과 산행을 즐긴다. 몸 여기저기가 쑤셨지만 코로나 19도 물리칠 것 같은 힘을 얻었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 19로 인해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용기와 시간을 내서 각자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자연을 찾아 치유와 응원을 받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무분별하게 자연을 남용한 결과 무서운 바이러스와 이상 기온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산행을 즐기고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흔적 남기지 않고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실천한다면 다시금 자유롭게 곳곳을 누비는 날이 올 것이다.나타날 것 같지 않았던 무너미고개가 뿅 하고 나타난 것처럼 코로나 19도 우리가 행동수칙 준수하고 배려한다면 언젠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모두 지치지 말고 힘내서 이겨 냈으면 한다.

    2021-02-22

  • 핑크빛 세상으로 들어가다

    전남 장흥 사자산 철쭉 백패킹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거쳐 여름으로 가는 5월. 수줍은 새색시의 볼처럼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철쭉을 찾아 백패킹을 떠났다. 사자산은 장흥으로는 제암산, 보성으로는 일림산과 연결돼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세 곳 모두 아름다운 철쭉으로 유명하지만, 장흥과 보성의 산군을 함께 볼 수 있는 사자산이 그중 제일이다. 산행의 시작은 접근이 쉬운 제암산 주차장이다. 초입부터 오월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걸었다. 온갖 나무들이 초록을 뽐내는 것은 물론 경사가 완만하고 코스가 짧아 쉬엄쉬엄 힘들지 않고 갈 수 있어 남녀노소 함께 하기 좋다. 무엇보다 산행 중 코끝을 자극하는 향긋한 꽃냄새와 사방에 피어있는 꽃들에 정신이 팔려 힘들 틈이 없다. 시원한 바람, 꽃향기,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반짝거리는 새들의 노래, 중간중간 꺼내먹는 간식, 함께하는 동무. 그야말로 오감 만족이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등산로를 따라 한두 시간 오르자 시야가 트이며 눈앞에 철쭉이 나타났다.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산을 찾는 사람이 줄어 한적한 산행이었다. 유난히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들이 옹기종기 핀 모습에 눈치 없이 찾아온 우리가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머리 위를 가득 채운 철쭉 터널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무거운 배낭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진다.계속 이어지는 철쭉 고개를 넘을 때마다 하늘도 함께 바뀌었다. 안개가 가득 몰려온 철쭉 동산은 분홍빛이 더욱 짙어지고, 안개 한 점 없는 맑은 철쭉동산은 연한 분홍빛 능선과 초록빛 잎으로 장관을 이룬다. 철쭉 동산을 넘자 오늘 야영지로 점찍은 전망 데크가 나타났다. 길게 뻗은 철쭉 능선, 멋진 암릉, 바다, 파노라마처럼 사방으로 이어지는 첩첩산중에서 오늘 밤을 머문다.야영지를 구축하자 서둘러 밤이 찾아왔다. 아름답던 낮과는 달리 어마어마한 강풍이 텐트를 뚫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이내 비가 내린다. 새벽까지 잠잠해지지 않던 비바람은 멋진 일출로 우리의 산행을 보상해주었다. 동그랗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도 멋지지만 구름에 살짝 가린 채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일출도 매력 만점이다. 일출을 만끽하고 서둘러 머문 자리를 철수한다. 우리에게 또 다른 꽃길이 남았으니까. 어제는 구름과 안개에 가려있던 하늘이, 오늘은 어느 때보다 파랗게 열려 어제와 다른 분위기를 내어준다. 해가 익을수록 따가운 햇볕이 얼굴이 콕콕 찌르고 배낭을 멘 등에서 땀이 콸콸 흐른다. 땀이 나니 벌레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든다. 벌레를 쫓느라 눈을 자꾸만 감고 손사래 치게 된다. 이렇게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들이 산행 중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초여름에는 벌레를 막아주는 버그넷을 준비하는 게 좋다.올해도 더위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던 우리 계절이 점점 그 뚜렷함을 잃어가고 있음에 안타깝다. 항상 나를 반성하게 하는 산은 오늘도 나를 성장하게 한다.찬란하게 아름답던 곰재봉의 핑크빛 능선을 끝으로 이번 백패킹 일정이 끝났다. 오늘도 아낌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내어준 자연에게 감사하며 다음 일정에는 자연이 어떤 모습과 느낌으로 감동을 줄지 기대해본다.

    2020-11-09

  • 제주도 솔로 백패킹

    벼락치기 솔로 백패킹 5 일간의 휴가 첫날 아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 시간들이 아쉬울 것 같아 서둘러 배낭을 챙겨 6월의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 공항에 내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올레길로 출발한다. 16 코스에서 15 코스로 이어지는 역방향 코스를 걸었다. 15 코스를 마치고 조금 더 걸어가면 협재 해변이 나온다. 한적한 곳에 텐트를 치고 책을 읽으면서 잠시 쉰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친다. 백패킹을 할 때는 나름의 식사 원칙이 있다.1. 전체 조리시간은 10분을 넘기지 말것2. 국물이 적거나, 국물까지 모두 먹어 치울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할 것3.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료는 모두 손질하여 준비할 것.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해가 천천히 바다위로 내려온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순간속에 머무는 모습을 바라본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내린다. 텐트 안에서 책을 좀 읽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새벽에 일어나 밤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서다. 11 시에 일어나 새벽 2 시까지 별을 보고 사진에 담는다. 아무래도 주변의 빛이 있어서 별이 많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아쉽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짐을 꾸린다음 있던 자리를 깨끗하게 치운다.  올레길 7 ~ 5 코스를 걷기 위해 출발지점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버스도 사람이 없이 한적하다.    5 코스에는 큰엉 해안산책로가 있다. (이동 방향 기준으로)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 길인데, 숲길과 바다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꼭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5 코스를 걷는 도중 바람과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무사히 완주했다.  원래 계획은 비양도를 두 번째 박지로 생각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올레길을 걷고 숙소를 잡아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한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좋았겠지만, 우연을 받아들이는 것도 여행자의 몫이라고, 애써 아쉬움을 다독여 본다. .

    2020-10-23

  • 마이기어의 제주도 백패킹

    | 잠시, 쉬어가기 프로젝트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의기소침하다. 잠시 쉬어가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기로 한다. 많은 사람이 편안한 휴식하면 떠올리는 제주도로 배낭을 챙겨 떠났다. 봄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공항이 한산하다.덕분에 이동이 훨씬 수월하고 수속도 빨랐다. 이 상황을 좋다고 해야 할까. 북적거리며 조금 오래 걸려도 좋으니 어서 상황이 좋아지길 바라본다. 비행기가 한 시간쯤 구름 위를 떠돌다 제주에 도착했다. 바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여전히 푸르다. 이번 여정은 장비를 최소한으로 챙겨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여볼 생각이다. 공항을 빠져나와 한산한 곳에서 마스크부터 벗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나쁜 바이러스를 모두 날릴 바람이었다.제주라면 푸른 바다! 버스를 타고 월정리 해변으로 갔다. 눈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코로는 짭조름한 바람 냄새를 맡고, 귀로는 철썩거리는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고, 피부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오감이 살아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해변을 걷다 보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발길이 닿는 곳에 들어가 한치 떡볶이를 맛나게 먹었다.점심 식사 후 야영지로 이동했다. 숲속에서의 하룻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설렌다. 순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나무들, 구멍이 송송 뚫린 돌담, 그 사이로 노랗게 피어있는 유채꽃. 일부러 유명관광지를 찾지 않아도 일상이 그림이고 휴식이다. 경치에 정신이 팔렸다가 오늘의 야영지인 서귀포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한라산 서쪽을 가로지르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중문 관광단지를 잇는 환상의 관광코스 중심에 있다. 온대·난대·한대 수종이 다양하게 분포된 울창한 편백림에 산림욕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개울물과 숲,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관찰할 수 있는 제주도 최고의 휴양림이다.산책로를 따라 야영장으로 들어갔다. 울창한 숲에 가지런히 놓인 데크를 조용히 걸으니 나무들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로 움츠리던 세포들이 깨어난다. 눈과 코를 열고 상쾌한 공기를 담아본다. 오늘은 숲속 야영 데크를 이용할 예정이다. 조용한 숲속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새들의 소리 들으며 보내는 하룻밤. 일상에 지친 모든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짹짹짹, 삐롱삐롱 열심히 울어대는 귀여운 새소리에 눈을 떴다. 시원한 바람과 반짝이는 햇볕이 텐트를 비집고 들어왔다.백패커의 단골 메뉴. 누룽지에 건조 미역국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흔적 없이 짐을 챙겨 바다를 향해 떠나본다. 오늘의 목적지는 금능 해변이다.앞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야자수가 우거진 금능 해변은 최고의 야영지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노랗게 물든 들판을 보고 다급하게 하차했다. 산방산이 올려다보이는 곳에 노란바다가 펼쳐진다. 인증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유채꽃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에 향기까지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채꽃 향기에 취해 금능 해변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캠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캠핑과 백패킹 인구가 많이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나무 밑에 조용히 야영지를 구축했다. 조그만 유채꽃이 보이는 곳에 텐트를 설치한 나의 낭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수상한 날씨가 구름과 바람을 몰고 와서 해변의 환상적인 일몰 감상은 실패했지만 텐트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마치 흑백 그림 같았다. 보고 또 봐도 멋진 풍경이다. 오늘도 그림 속에서 평화로운 밤을 보낸다. 바람이 텐트를 흔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볍게 아침을 챙겨 먹고 오늘도 어김없이 머문 자리 말끔히 정리한다. 비와 강한 바람 예보에 혹시나 결항일까 걱정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다.코로나19로 우울해하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이 시간을 자기에게 주는 쉼의 시간으로 생각하길 바라며.

    2020-10-23

  • 5Emotion by myGear

    #river - #sea - #valley - #forest - #summit다섯 장소 다섯 감정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오는 11월 7일, 첫번째 장소인 river를 정식으로 선보입니다. 5Emotion 공식 사이트: http://www.5emotion.com 클릭!   신선한 바람, 맑은 공기, 굽이도는 물길, 새들과 풀벌레들의 속삭임.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되고,투명한 달빛에 젖어 옛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이 시간.5EMOTION은 모처럼 만난 자연과 어우러지는 이곳에서의 소중한 1분 1초와 오감으로 전달되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다섯 장소의 대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캠핑 스팟, 5EMOTION.** 캠핑장과 관련하여 마이기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전화를 주시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2020-10-08

  • 조용히 곁으로 다가온 봄

    2020 년 4 월 광양 백운산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세상이 온통 떠들썩하다. 따뜻한 기온에 자연이 간질거리면 모두 봄을 찾아 떠나겠노라 야단법석일 법도 한데 바이러스에 모두 조심하느라 설레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잠자코 있을 수 없어 조용히 봄을 찾아 자연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봄의 시작우리가 찾은 곳은 봄이 제일 먼저 닿는 남쪽 나라. 그중에서도 지리산을 마주 보며 우뚝 솟아 산세가 수려하고 산 아랫마을에는 매화가 지천으로 핀 광양의 백운산이다.나를, 또 남을 위해 마스크 단단히 챙기고 길을 나선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마스크를 하고 걸으려니 숨이 가빠온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지내던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버스로 4시간을 달려 광양에 도착했다. 외지인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다. 우리가 그 어떤 모습이라도 너그러이 감싸주는 자연 속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초입부터 샛노란 산수유나무가 간질거리던 마음을 활짝 피어나게 해준다. 왠지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그런 마음도 잠시,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에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그동안 바이러스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래 한 탓에 몸이 무거워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상쾌하고 새털처럼 가볍다. 바위와 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등산로를 따라 꾸준히 올랐다. 회색 바위, 아직은 메마른 나뭇가지, 조릿대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꽃이 만발하지 않았지만 황홀했다.얼마쯤 가파른 등산로와 계단을 올랐을까? 휘청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정상이 코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마음이 급해 뛰듯이 정상으로 향했다.그렇게 도착한 정상 전망 데크. 사방으로 눈앞에 장쾌한 능선들이 뻗어있고 우렁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그동안의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항상 우리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자연을 항상 아끼고 더욱 보호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백운산의 꽃봉오리정상을 만끽하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다. 정상 데크는 이미 붐비고 있었기에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두 군데 공터를 지나서야 머물 곳을 마련했다.밤새 무섭게도 바람이 몰아친다. 흔들거리는 텐트 안에서 이 거센 바람이 빨리 나쁜 바이러스를 멀리 날려버렸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잠이 들었다. 등산객들이 산을 찾기 전, 빠르게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또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능선을 걷는다. 백운산 기암괴석의 웅장한 주억봉을 조망하며 걸었다.편한 능선 길은 끝이다.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를 재촉하듯 계곡을 따라 하산했다. 불과 1, 2주 전만 해도 응달에 얼어있던 계곡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렀다. 그 어떤 노래 보다 신난다. 곳곳에 귀엽게 돋은 새싹과 꽃망울을 터트린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혼란한 틈에도 봄은 열심히 우리 곁으로 오고 있었다. 구황마을의 매화구황마을에 닿았다. 대나무와 매화가 지천으로 펴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을 걷는 내내 향기로운 매화꽃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스치는 봄바람을 맞아본다. 다시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이다.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동네 주민분이 멀리까지 와서 고생한다며 초코파이와 사이다를 건네주신다. 이런 정이 일상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세상 최고 활력과 비타민이 아닐까? 빨리 돌아가서 이곳에서 받은 위로를 매장을 찾아주시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어야겠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서로 도와 힘내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힘내라 대한민국!

    2020-09-21

  • 정선 두위봉의 겨울 속으로

    강원도 정선2019년 1 월   올해 유난히 싱거운 겨울이 계속되다 결국 계절의 끝자락을 놓쳐버렸다. 예부터 매력적인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계절마다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꼭꼭 숨은 마지막 겨울을 찾아 정선 두위봉으로 향했다. 계절의 경계이번 백패킹 코스는 정선 두위봉을 거쳐 화절령과 하늘길 운탄고도까지다. 여정의 시작인 두위봉(1466m)은 산 모양새가 두툼하고 두루뭉술해 두리봉이라고도 불리는데 봄에는 산철쭉이 겨울에는 눈 쌓인 아름드리 주목이 매력적이다.하늘길 운탄고도는 석탄(炭)을 운반(運)하는 높은(高) 길(道)이다. 지금은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옛길(雲坦古道)’이라고 불리며 완만한 경사가 인상적인 산행지다. 따라서 겨울마다 자연 눈썰매를 타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강원도의 추위에 대비해 옷을 단단히 껴입었다. 그러나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강원도의 추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메마른 나무 사이를 오르는데 온몸에 땀이 났다. 아무래도 봄이 벌써 왔나 보다.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계곡을 따라 오르자 응달에 남은 눈길이 나타났다. 그래 이거면 되었다. 스스로 위로하며 묵묵히 오름 질을 이어갔다. 얼마 동안이나 가쁜 숨을 쉬며 올랐을까?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키가 큰 주목이 나타났다. “우와~” 나무가 살아온 세월만큼 감탄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비바람에 깎이고 주름진 모습이 마치 부모님의 얼굴 같아 마음이 짠해졌다.주목을 만나자 기대감이 꿈틀거렸다. 발걸음을 재촉해 두위봉에 올라 반대편을 보니 황량한 가을이었다. 우리가 오른 길은 눈을 품은 겨울, 반대편은 가을. 마치 책장을 앞뒤로 넘기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이 신기해 좌우로 시선을 굴렸다. 험난한 두위지맥두위봉을 지나면 화절령이다. 바로 이곳이 백두대간 두위지맥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이며 많은 산행객이 종주에 도전하지만 험한 구간이 많아 대부분 도전에 실패한다.우리가 걷는 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이나 겨울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 눈이 쌓여 앞서간 사람의 옅은 발자국을 찾는 데 집중했다.평소 등산로 곳곳에 수두룩하게 붙은 산악회 리본을 불편하게 바라봤었다. 그런데 이렇게 깊숙한 산길에서 야리야리하게 휘날리는 리본들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헷갈리는 구간마다 낡은 리본이 손을 흔들며 길을 알려줬다.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과 산악회 리본을 따라 걷다가 적당히 평평한 곳에 야영지를 구축했다.겨울 산행은 일상에서 해가 저무는 것과 산중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밝을 때 운행을 종료해야 한다. 메마른 나뭇가지를 비집고 경사가 없는 곳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한기가 올라오는 바닥도 새우잠도 즐겁기만 했다. 이곳은 겨울 속이니까.편편한 곳을 찾았다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고 공간이 협소해서 선잠만 잤다. 일행 중 한 명은 거의 앉은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몸은 뻐근했지만 깔깔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기지개를 켜기 위해 텐트 문을 열었다. 세상에!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고 안개가 몰려와 나뭇가지에 하얀 상고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신비. 우리가 그토록 잡고 싶던 겨울이다! 진짜 겨울을 만나다빛이 속도로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삭막하기만 했던 나뭇가지들이 하얗고 오동통하게 우리를 유혹했다. 메말랐던 나무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변해있었다. 손이 시리고 볼은 빨개졌지만 무척 즐거웠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등산로 찾기 게임이 이어졌지만 무사히 산길을 뚫고 운탄고도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는 편한 길이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길 곳곳에 폐광과 광부의 고된 삶을 재연하는 동상이 설명과 함께 우리를 마주했다. 이렇게 좋은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묵묵히 길을 걸었다.꼬불꼬불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백운산이 코앞이다. 정상엔 눈꽃과 상고대로 하얗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백운산 자락의 아름다운 능선을 눈에 담으며 편히 걷는 길이라니. 제대로 겨울을 찾은 것 같았다.텐트를 열면 하얀 나무들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옆으로는 정선의 산군이 농담을 달리하며 펼쳐지는 장소에 마지막 야영지를 구축했다. 언제 이렇게 환상적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으려나.겨울이 점점 제 매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환경오염에 대한 무지함이 한몫한다. 이번 두위봉 백패킹을 마치며 올바른 산행 및 백패킹 문화가 확립되길 바라본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2020-09-21

  • 초보 백패커 모여라!

    마이기어 종로직영점 소식출처 :아웃도어 매거진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작가 초보 백패커의 성지 마이기어 종로적영점이 지난 12월 새로운 모습으로 백패커와 만났다. 요즘 백패킹 시장이 힘들다. 공간을 축소하는 아웃도어 매장이 늘어나고 아예 문을 닫는 곳도 허다하다.그러나 마이기어는 반대로 매장을 대규모 확장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등산의 메카였던 종로5가는 여전히 5060세대에겐 아웃도어 장비 골목으로 통하지만젊은 이들이게는 글쎄다. 2010년 아웃도어 침체기를 지나면서 종로5가의 수많은 아웃도어 매장이 사라지고젊은층에게 외면 당한것. 아웃도어 호황기를 경험한 마이기어 손호영 대표는 종로5가의 부흥을 위해 2019년 2월아웃도어 장비 매장 마이기어 종로점을 오픈했다. 마이기어 영등포점에 이은 두번째 매장이었다. 마이기어는 HMG, 클라이밋, 그레니트기어, 호카오네오네 등 젊은 배패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를 들여놓아2030세대를 종로5가로 불러들였고 오픈 10개월 만에 매장을 확장하며 종로 직영점으로 다시 문을열었다. 마이기어 종로직영점의 위치는 3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며 옥상은 어반캠핑 공간으로 꾸몄다.옥상 중간에 화로를 설치하고 곳곳에 조명을 달아 캠핑 감성을 자극한다. 백패킹 장비는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한다! 는 손호영 대표의 철학은 마이기어 종로직영점에서도 한결 같다.산악부 또는 최소 등산학교 출신 직원이 직접 사용한 장비만을 판매한다.  마이기어는 오래된 장비 골목에 색다른 문화 공간을 제시했다.5060세대는 신기함에 젊은이들은 힙한 감성에 끌러 마이기어 종로 직영점을 방문한다.침체됐던 종로5가에 활기를 불어넣은 마이기어, 초보 백패커 또는 아웃도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매장 이다.

    2020-08-15

  • 여름맞이 오지 백패킹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2019년 6월초목이 우거진 계절이다.진한 초록 잎사귀 사이로 오디와 산딸기가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신비한 자연을 벗삼아 숲으로 떠났다. 여정의 시작어디로 가지? 그때 머리를 스치는 한곳이 있었으니 비수구미 소규모 백패킹 모임과 백패킹 실전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혼자 만끽할 수 없어 초보 백패커를 모집했고,순식간에 70명의 백패커가 비수구미 여정을 함깨 하기로 했다.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숲길은 완만했다.계곡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금세 7km를 걸었다. 푸짐한 비빔밥으로 속을 달래고 계곡에서 잠시 땀을 식힌 뒤 후반전에 돌입. 야영장은 동화속에 등장하는 숲 같았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오늘이 꿈같은 시간 이었다고 이야기 한다.캠핑장에 어둠이 내려앚자 버스킹 가수의 공연과 경품 추천 시간이 이어졌다.  풀벌레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청정한 오지에서의 아침이라 그랬을까, 이른 기상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가뿐하고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여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첫 백패킹에 감동한 동행자를 보며 자연에 점점 무덤덤해진 내 모습을 보게 된다.더욱 멋진 곳을 찾고, 더 색다른 곳을 찾고,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는 나를 보며 백패킹의 참의미를 잊은것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1박2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동행자들과 화천군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백패킹 입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백패킹을 시작하는 그날까지 행사는 계속된다.

    2020-08-15

  • 마이기어와 함께 하는 초보 백패킹

    전남 진도 관매도2019년 9월곳곳에 예쁘게 핀 꽃, 화창하고 맑은 날씨가 좋다.평소 하고 싶던 백패킹, 얼른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열심히 장비를 사 모았다.이번에는 관매도 백패킹이다.초보 백패커, 관매도에 가다봄날을 아쉽게 보내고 있을 초보 백패커, 예비 백패커들을 위해 영등포에 위치한 백패킹 장비매장 마이기어에서 두손 걷고 나섰다. 마이기어는 한달에 두번 백패킹 입문자를 위한 기초 교육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전 백패킹을진행한다. 푸르른 봄날을 맞이해 은둔하고 있을 초보 백패커를 불러 숨은 비경을 간직한 섬 관매도로 향했다.관매도는 진도항에서 1시간 20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닿을 수 있는 섬으로, 관매팔경의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새벽을 달려 진도항에 도착했다. 시원한 공기의 응원과 맑은 하늘의 보호를 받으며 한적한 도로를 걸어 야영지에 도착했다  신발 끝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밭을 거닐다 보니 층층돌이 바닥과 절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끝에 관매5경인 하늘다리가 나타났다. 섬이 거친 파도에 밀려나 절벽으로 갈라져 쌍 바위섬이 된것.그 두 섬 사이를 잇는 것이 바로 하늘 다리다. 아찔했지만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잔잔하고 부근해 보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한다.야영지 정리를 마치고 다음에 또 찾아 올것을 약속하며 아름다운 섬 관매도를 떠나온다.이곳과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만 쌓이기를 바라면서 

    2020-08-15

  • 마이기어,비수구미 모일분교를 가다

    ㅣ 하얀 눈이 펑펑 내린 동화 속으로의 초대2019년 12월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이 돌아왔다. 그 겨울을 만끽하러 마이기어가 출동했다.  마이기어는 영등포에 위치한 백패킹 장비 전문 매장이다. 초보 백패커의 특성에 맞는 장비를 추천해 이중 구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장비 활용법을 알려준다. 또한 매월 1회 백패킹 행사를 진행 한다. 작년 봄, 화천군과 MOU를 맺어모일분교에서 실전 캠핑을 교육하는 중이다. 초보 백패커, 동쟁자가 없는 백패커, 새로운 사람과 즐거운 추억을 쌓고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백패커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도 강원도 비수구미를 지나 오지 깊숙이 숨어있는모일분교에서 야영했다.출발 당일 새벽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버스는 하얀 겨울 속으로 달려갔다.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 시키는모습이었다. 하얗고 아름답게 변해있는 나무와 도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설국을 지나 모일분교로 들어가는 배를 운행 중인 나루터에 도착.탁 트인 배위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가로지르는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아름답다. 배를 타고 십분이면 모일분교에 도착한다. 이곳에 세 가구가 자리하기 때문에 주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조용히 자연을 즐기다 돌아가는게 마이기어의 목표이다.  화천군의 협조로 분교 사용하가를 받아 앞마당에 텐트를 쳤다.서둘러 교실로 들어서고 오늘은 쉘터 대신 교실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각자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대화와 추억을 쌓으며 밤이 무르 익어갔다.  도시보다 깜깜한 밤, 어둠을 비집고 동그란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었다.  하루 만에 뒤바뀐 날씨 덕분에 1박2일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이번 여정으로 누군가는 알지 못했던 동계 백패킹을배웠고, 누군가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다음 백패킹에 동행을 약속했다.

    2020-08-15

  • 마이기어와 비수구미 백패킹-함께 걷는 길

    봄과 여름 사이, 수많은 백패커가 활발히 활동하는 계절이다. 방법을 몰라 숨어서 고민하는 초보 백패커를 위해 영등포 백패킹 장비 매장 마이기어에서 단체 백패킹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찾은 장소는 강원도 화천의 오지 산골 마을 비수구미다. 이곳은 환경오염 없이 맑고 깨끗한 계곡으로 유명하다. 자연 원시림과 넓은 바위가 계곡을 따라 밀집되어 있고 계곡 하단부는 파로호와 접한다. 또한 인근에 평화의 댐, 비목 공원, 안보 전시관, 해산 전망대 등의 관광 자원이 산재해 가족 단위 백패커에게 좋다. 계곡, 강,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한 폭의 그림 같다.마이기어는 강원도 화천군과 협약을 맺고, 비수구미 에코스쿨 캠핑장에 야영지를 구축했다.오지의 청정한 마을이기 때문에 단체로 방문하면 방해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 우리의 걱정은 아웃도어 브랜드 K2에서 해결해주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이 오래가고 견고하도록 응원하는 K2 PROTECTION FOR ALL’ 환경 지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K2에서 진행하고 있는 ‘클린 백 캠페인’에 동참하게 된 것. K2에서 지원한 K2 클린 백을 참가자들에게 지급해 트레킹 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았다. 아름답고 신비한 오지의 마을로 들어섰다. 해산령 터널부터 푸른 나무들이 우리를 감싼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발걸음에 리듬을 실어준다. 초입에서 에코스쿨 캠핑장까지는 약 16km 정도 걸어 들어가야 한다. 한나절 트레킹으로는 조금 긴 거리이지만 고도차가 거의 없어 편안히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일곱 명씩 조를 나누어 걸었다. 각자 운행 속도가 달랐지만, 발걸음이 느린 멤버는 조금 힘을 내서 걷고, 빠른 멤버는 기다려준다. 내리막에 가속도가 붙어 쫑쫑쫑 걷는데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니 뽀얗게 핀 목련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코로 꽃을 먹 듯 깊게 향기를 들이마셨다. 숲이 코를 통과해 머릿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황홀함을 조금 더 느끼려고 가방을 벗어 던지고 맑은 계곡으로 들어가 고단한 발을 담갔다.시원함도 잠시, 배꼽시계가 울려대는 바람에 서둘러 정리를 하고 비수구미 마을로 향했다. 굽이굽이 계곡 따라 꽃의 환영을 받으니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은 비수구미 마을 이장님 식당의 산채비빔밥이다. 이장님이 직접 캐고 삶아 정성스레 버무린 산나물과 짭조름한 장아찌, 구수한 된장찌개가 함께 나왔다.점심 후 식당 앞 계곡에서 더위를 잠시 식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6km의 아름다운 길이 남아있다. 트레킹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달랐다. 전반전에 산 목련 향기를 맡으며 콸콸 흐르는 계곡을 끼고 걸었다면, 후반전엔 높은 나무와 넓은 파로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길가로 산딸기와 오디가 지천이다. 중간에 만난 마을 어르신들에게 여쭙고 오디와 산딸기 맛을 봤다. 새콤새콤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다. 이 맛에 트레킹하지! 그렇게 꽃, 나무, 풀, 푸른 파로호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경치를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마침내 우리의 야영지 에코스쿨 캠핑장에 도착했다. 어색했던 첫 만남이 여기엔 없었다. 모두 서로의 고된 트레킹을 응원하고 위로 하느라 바빴다. 조별로 모여 야영지를 구축하고, 땀에 쩐 몸을 씻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이성우씨의 공연이 시작했다. 공연 중간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모두 개의치 않았다. 떨어지는 비마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진정한 백패커가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공연 후 조별로 시간을 보냈다. 시샘하듯 오던 비가 그치고 풀벌레 소리, 새소리 그리고 소곤소곤 추억을 쌓는 소리만 캠핑장에 맴돌았다.새벽녘, 톡톡톡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슬쩍 잠에서 깨어났다. “철수하기 힘들겠는데…”잠결에 밀려오는 근심도 잠시. 기특하게도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고, 햇볕이 텐트를 바싹 말려주었다. 철수 후 각자 주변을 정리했다. 어제 받은 K2 클린 백에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봉투에 깔끔이 모은다. 그렇게 아니온 듯 배를 타고 파로호를 가로질려 비수구미를 떠났다. 가끔 단체 행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소란스럽고 쓰레기도 많아진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규칙을 지키고 배려한다면 올바른 백패킹 문화를 만들 수 있다. 하루빨리 수많은 등산객과 백패커에게 올바른 산행 의식이 확립돼 자연을 깨끗하게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사고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화천군청 관계자와 K2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 뜻깊은 행사에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글 김혜연출처 : 아웃도어뉴스(http://www.outdoornews.co.kr)

    2018-06-28

  • 팀마이걸스의 지리산 바래봉 산행

    봄과 여름 사이, 이맘때면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이 있다. 바로 지리산의 서북쪽 능선에 위치한 바래봉이다.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 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은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백 개 봉우리 중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분홍빛 철쭉 소식에 꽃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는 꽃쟁이 팀마이걸스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황금연휴가 지난 5월 12일 주말,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즐기는 11명의 역마살쟁이들을 소환했다. 모두 출발 전부터 설레하더니 지각한 사람 없이 10분 전 집결지에 도착해 지리산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졸음이 몰려올 법도 한데 모처럼 화창하고 상쾌한 날씨에 기분이 들뜨는지 날씨를 주제 삼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에서 지리산이면 꽤 먼 거리인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지루할 틈 없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맑은 공기가 우리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아마도 미세먼지 횡포는 이 깊은 지리산 골짜기에도 어김없이 찾아 왔을 테지만 우리가 찾은 이 날은 지난 밤 다녀간 비바람으로 미세먼지가 대부분 자취를 감춘 후였다. 이게 얼마 만에 마셔보는 상쾌한 공기인지 맑은 공기를 저장이라도 하려는 듯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여러 번 들이마셨다. 좀 있다가 눈을 떠서 하늘을 보니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파란 하늘에 피로마저 다 가시는 느낌이다.산은 연둣빛, 초록빛으로 왕성한 기운을 자랑하고, 하늘은 모처럼 만에 말간 얼굴을 드러내 기분이 좋은 듯하다. 그 모든 자연을 누리듯 여유로운 흰 구름이 동실동실 떠간다. 시작도 하기 전인데 벌써 자연의 밝은 기운을 가득 받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 느낌이 좋다. 하지만 오름 길을 만나니 기분과는 다르게 몸은 천근만근. 황금연휴의 여파인지, 오랜만에 진행되는 산행이라서 그런지 이내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며 오르고 또 올랐다. 산행은 우리에게 이런 사소한 경험을 통해 배려와 인내를 가르쳐 주는 게 아닐까. 다행히 얼마 안 가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피톤치드 뿜뿜 뿜어낼 듯한 우거진 숲, 그리고 청아하게 노래하는 새들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얼마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랐을까. 고개를 들자 눈앞으로 하늘이 가까워지고 능선을 맛볼 세동치에 도착했다. 철쭉을 보러 온 등산객들이 벌써 만원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분홍빛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에 접어들자 탁 트인 시야로 명성에 걸맞은 울끈불끈한 근육질 능선들이 꽃을 장식 삼아 웅장하게 뽐내고 있다. 한동안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느끼며 능선을 바라보다가 반대편 멀리 천왕봉을 감상하며 오르락내리락 개구쟁이 같은 산길을 탐험했다.  눈으로 경치를 맛보았으니 이제 입으로 맛볼 차례! 연분홍빛 산철쭉 내려앉은 곳에 돗자리를 펴고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들 이른 시간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도시락을 준비했다. 예쁜 돗자리를 펴고 분홍 꽃 아래에서 먹는 도시락이 얼마 만인지, 소풍 온 기분이 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고 먹방을 시작했다. 조금 늦어진 점심 탓에 허겁지겁 먹긴 했지만 꿀맛이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니 바로 눈앞으로 분홍빛 언덕이 다가왔다. 꺄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꽃밭을 향해 달렸다. 멀리서 바라본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만개한 철쭉을 보기 위해 와있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가보다. 촘촘히 만개한 철쭉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재밌기도 했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우리도 얼른 달려가 꽃과 함께 사진 삼매경에 들어갔다. 지리산 철쭉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진한 분홍빛의 꽃잎을 뽐내며 피어있는 꽃, 그 뒤로 시원시원하게 뻗은 지리산의 능선. 이 멋진 광경을 또 언제 다시 보려나 싶어서 오랫동안 바라보고, 또 눈과 사진에 가득 담았다.정신없이 촬영과 구경을 반복하다 보니 산악회 버스 시간이 촉박해졌다. 서둘러 하산 길에 올랐는데 발걸음을 붙잡는 이가 있었다. 걸을수록 나타나는 예쁜 꽃 군락지. 시간은 다가오는데 처음 보는 꽃 군락에 빠져 발걸음이 쉬이 옮겨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선 사투가 벌어졌다. ‘안돼! 유혹하지 마! 지금부터 전력 질주할거다!’짧지 않은 코스에 조금 힘들어하는 동무도 있었지만, 배낭도 나눠 짊어지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서둘렀던 탓인지 출발시각을 넉넉하게 남기고 돌아왔지만, 축제가 진행되는 현장을 그냥 지나친 게 못내 아쉬웠다. 향긋하고 바삭할 것 같았던 두릅 튀김이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괜찮다. 즐거운 산행이었고, 모두 무사히 하산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오늘도 팀마이걸스의 꽃 추격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 저희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으러 떠나보실래요? 팀마이걸스와 함께 산행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team_mygirls/ mygear_insta)을 찾아주세요.  글 사진 김혜연 마스코트  webmaster@outdoornews.co.kr<저작권자 © 아웃도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7-05-31

  • 팀마이걸스_운탄고도

    운탄고도

    2017-02-16

  • 팀마이걸스_운탄고도

    운탄고도를가다.

    2017-02-16

  • 백패커스데이 시즌 2-침낭매트 선택법을 들으러오세욧

    mygear_insta#동계백패킹 갈 때마다 좋은 #침낭 쓰는데도 이상하게 추운 사람 손손!!!잠자는데 등 뒤에서 냉기가 느껴져 잠을 설친 경험이 있으시다면 이번 주 목요일에 있을 #백패커스데이 시즌 2 #침낭매트 선택법을 들으러오세욧~~~저희 #마이기어 에서 #가성비갑 인 #매트 를 알려드립니닷8시 30분에서 10시 30분까지하며 #mygear 매장으로 와주시면 돼욧~~신청은 #아웃도어크루 에서 해주시고 참가비는 단돈 오천원!!!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욥02-2633-7116                                                            장소 마이기어 위치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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